사업 초기나 경영이 어려운 시기에는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장 납부할 세금도 없는데 기장료라도 아끼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인의 기장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당장의 비용을 아끼려다 향후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놓치거나, 예상치 못한 세무 불이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어떤 리스크와 혜택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법인 장부는 ‘누적 구조’, 중간에 비워둘 수 없습니다
법인의 재무제표와 법인세 신고는 각 사업연도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전기 재무상태를 바탕으로 다음 연도가 이어지는 연속적 구조입니다.
소급 기장의 부담: 어느 한 해라도 장부를 비워두면 그다음 연도의 기초 수치(자산, 부채, 손익 등)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2023~2024년 기장을 건너뛰고 2025년 부터 제대로 신고하려 한다면, 결국 2023~2024년의 재무제표를 먼저 소급해서 기장하고 기한 후 신고를 끝내야만 2025년 신고가 가능해집니다.
세무조사 리스크: 장부 기장을 건너뛰고 임의의 수치로 신고할 경우 전기와 당기의 데이터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이는 향후 세무 조사 시 소명 부담을 가중시키고, 세무조정 내역이 불명확해져 추가 과세 리스크로 이어집니다.
2. 이월결손금은 ‘신고해야만’ 세법상 자산이 됩니다
먼저 '이월결손금'이란 사업연도에 발생한 적자(결손금)를 다음 연도로 넘겨서, 향후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이익에서 과거의 적자만큼을 차감하여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중요한 점은 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반드시 '법인세 신고'를 통해 적자 금액이 확정되어야만 향후 15년 동안 세금 감면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고가 없으면 공제도 없다: 매출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 "세금 낼 것도 없으니 신고 안 해도 되겠지"라며 방치하면, 그 기간의 손실은 세법상 근거가 없는 금액이 됩니다. 나중에 흑자가 났을 때 과거의 손실을 주장하더라도, 신고되지 않은 결손금은 공제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
강력한 절세 효과: 이월결손금은 15년간 이월됩니다. 중소기업은 이익의 100% 한도 내에서 공제가 가능하므로, 초기 손실을 잘 기록해두면 흑자 전환 후 상당 기간 법인세를 '0원'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3. 미기장·무신고는 가산세와 리스크를 키웁니다
복식부기 의무자인 법인이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불이익이 발생합니다.
산출세액이 없어도 가산세 발생: 법인세 무신고 가산세는 산출세액이 없더라도 '수입금액(매출)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부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추계신고 시 결손금 부인: 장부 없이 대략적으로 계산해 신고할 경우, 실제 발생한 결손금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즉, 적자를 보고도 세법상으로는 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4. 어려울 때 당장 폐업 대신 ‘휴업’을 추천하는 이유
경영이 어려워 사업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섣불리 폐업하기보다 휴업을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폐업 시: 법인격이 완전히 소멸(청산)하면 그동안 쌓아온 이월결손금도 함께 소멸합니다.
휴업 시: 법인격이 유지되므로 향후 사업을 재개하거나 아이템을 변경하더라도, 과거에 신고해 둔 이월결손금을 그대로 활용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5. 결론: 기장료는 단순 비용이 아닌, 미래 세금을 줄이기 위한 ‘투자’입니다
법인의 기장 의무를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그때 처리하겠다"고 미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히려 사업이 본격화되어 이익이 나기 시작할 때, 과거의 미기장이나 무신고 이력이 불필요한 행정 비용이나 세무 리스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향후 원활한 회사 운영을 위해 기장과 신고 의무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기에 정석대로 관리해 둔 결손금은 훗날 기업이 성장했을 때 법인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실질적인 혜택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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