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사업자 형태입니다. 이는 세금 부담, 자금 운용, 투자 유치 가능성까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법인 설립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인은 단순히 세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회사'라는 형태로 키우고 싶을 때 고려하는 것이 맞습니다.
1. 법인이란 무엇인가? - 법인격의 의미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법인격'의 유무입니다.
법인격이란 법인을 대표 개인과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 즉 하나의 '사람'처럼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법인의 돈은 법인의 것이지, 대표의 것이 아닙니다. 법인 통장의 돈을 대표가 자유롭게 가져갈 수 없고, 증빙 없이 인출하면 가지급금으로 처리되어 세금 불이익이 발생합니다.
반면 개인사업자는 사업체와 대표를 법적으로 구분하지 않아 사업 자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책임의 범위도 다릅니다. 법인은 주주가 출자한 금액 한도 내에서만 책임지는 유한책임 구조인 반면, 개인사업자는 사업 채무를 대표 개인이 무한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2. 법인 vs 개인사업자, 세금은 정말 차이가 날까?
많은 분들이 "법인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법인을 고려합니다. 실제로 세율만 놓고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소득이 늘수록 세율이 점점 높아져서 최고 45%까지 갑니다. 반면 법인은 최고 24%입니다. 특히 순이익이 8,800만 원을 넘으면 개인사업자는 35% 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해서, 법인과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위 비교는 '법인이 번 돈을 법인 통장에 그대로 놔뒀을 때' 이야기입니다. 법인 돈을 대표가 실제로 쓰려면 급여나 배당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때 다시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법인이 1억 원을 벌어서 법인세로 1,800만 원을 냈습니다. 남은 8,200만 원을 대표가 전부 배당으로 가져가면 배당소득세로 또 1,200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결국 법인세 + 배당세 = 약 3,000만 원이 되어, 개인사업자로 낸 세금(2,400만 원)보다 오히려 더 많아집니다.
결론: 법인의 절세 효과는 '법인에 돈을 남겨두고, 필요한 만큼만 가져갈 때' 생깁니다.
당장 필요한 만큼만 급여로 받고, 나머지는 법인 통장에 남겨두면 낮은 법인세율만 적용받습니다. 개인으로 가져갈 때의 추가 세금을 미룰 수 있는 것이죠.
다만 이런 방식이 가능하려면 법인 운영이 복잡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세무대리인 비용도 매년 200~500만 원씩 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3. 법인 vs 개인사업자, 유형별 특징
법인사업자
장점
주식을 통한 투자 유치 가능: 법인만 주식을 발행하여 지분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지분율만큼 법인이 앞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해 지속적으로 권리를 갖게 됩니다.
명확한 지분 구조: 공동창업 시 각자의 지분과 의사결정 권한을 명확히 정할 수 있습니다.
유한책임: 사업 실패 시 출자한 금액 한도 내에서만 책임집니다.
높은 대외 신뢰도: 대기업 거래, 관공서 입찰, 금융기관 대출에 유리합니다.
단점
엄격한 자금 통제: 법인의 돈과 개인의 돈이 완전히 분리되어 자유로운 자금 사용이 어렵습니다.
복잡한 운영: 매월 급여 신고, 분기별 부가세 신고, 법인세 신고 등 법적 절차가 복잡합니다. 1인 법인도 모든 절차는 동일합니다.
높은 유지 비용: 법인은 복식부기 의무가 있어 개인사업자보다 세무대리인 비용(연 200~500만 원)이 더 많이 듭니다.
개인사업자
장점
간편한 설립과 운영: 등기 절차 없이 즉시 시작 가능하고 폐업도 간단합니다.
자유로운 자금 사용: 사업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낮은 비용: 설립 및 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단점
고소득 구간의 높은 세금: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시 35% 이상의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주식 발행 불가: 개인사업자도 공동사업자 형태로 투자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지분이나 주식 개념이 없어 일반적인 투자 유치는 어렵습니다.
무한책임: 사업 실패 시 개인 재산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4. 우리 회사에는 어떤 형태가 맞을까?
개인사업자로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경우
초기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단계
혼자 또는 소규모로 운영하며, 외부 투자 계획이 없는 경우
순이익이 8,8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법인 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
상황 | 이유 |
|---|---|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가 필요한 경우 | VC나 엔젤 투자자는 지분 투자를 전제로 하므로 법인이 필수입니다. |
공동창업으로 지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경우 | 정관으로 지분과 의사결정 권한을 명시하여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회사 조직 형태로 키우고 싶은 경우 | 직원 채용, 대기업 거래 등 대외 신뢰도가 중요한 사업이라면 법인이 유리합니다. |
법인은 세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을 '회사'라는 조직 형태로 키우고 싶을 때, 즉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를 받거나, 공동창업자와 명확한 지분 구조를 만들거나, 대외 신뢰도가 중요한 사업을 할 때 법인 전환을 고려하는 것이 맞습니다.
초기 검증 단계라면 개인사업자로 시작하여 유연하게 운영하고, 사업이 성장하여 '회사의 형태'가 필요해지는 시점에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여 법인 전환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