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기장 문의를 주시는 법인 중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은행에서 재무제표를 달라고 하는데, 이번 주 안에 가능할까요?"
확인해 보면 이전에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은 기간이 있거나, 기장 자체를 하지 않던 법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질문에는 늘 같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이미 어딘가에 만들어져 있고, 출력만 하면 되는 서류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기장 실무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재무제표는 '서류'가 아니라, 회계처리의 최종 결과물
법인의 재무제표는 어딘가에 파일로 따로 존재하는 서류가 아닙니다. 사업 기간 중 발생한 모든 거래를 회계처리한 결과물이 곧 재무제표입니다.
법인 통장에서 돈이 움직이면, 그 입·출금이 어떤 성격의 거래인지 확인합니다. 세금계산서, 법인카드 사용내역, 계약서, 급여자료 등과 대조하고, 하나하나 분개(회계처리)를 합니다. 그 분개가 누적된 결과로 재무제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통장 거래 하나하나가 정리되지 않으면 재무제표도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법인의 재무제표는 보통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번 작성되고, 다음 해 3월 법인세 신고 시 함께 제출됩니다. 실무적으로 "재무제표가 있다"는 말은, 곧 "해당 연도의 법인세 신고가 완료되어 있다"는 뜻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은 연도의 재무제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재무제표가 갑자기 필요해지는 상황
그동안 재무제표 없이 지내던 법인이 갑자기 재무제표를 찾게 되는 경우는 보통 정해져 있습니다. 은행 대출을 받으려 할 때, 정부 지원사업에 신청할 때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제표와 함께 요청받는 서류 중 하나가 국세완납증명서입니다. 그런데 이 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밀려 있는 세금 신고가 모두 완료되어 있어야 합니다. 무신고 기간이 있다면 해당 기간의 부가세·법인세를 기한후 신고하고, 법인세 신고 시 재무제표까지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무신고분 정리 → 법인세 신고 & 재무제표 제출 → 국세완납증명서 발급, 이 절차가 사실상 한 세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재무제표 하나만 빨리 주세요"라는 요청이 실제로는 꽤 큰 작업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출이 없었어요"라고 하셔도, 거래는 많은 경우
소급 기장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법인 통장을 확인해야 합니다.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현금·예금 잔액은 실제 통장 잔액과 정확히 일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없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매출이 없었더라도 통장에는 거래가 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부보조금이 들어왔거나, 대표님 개인 자금이 입출금되거나, 각종 공과금이 빠져나가는 식입니다. 정말 아무 거래도 없는 법인도 있지만, 나중에 통장을 열어봤더니 입·출금 내역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거래 내역은 금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전부 회계처리를 해야 재무제표를 만들 수 있고, 각 거래에 대해 "이 금액은 어떤 성격의 입출금이었나요?"라고 회사 측에 다시 확인하는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통장을 실제로 열어보기 전에는 이전 기간의 기장 수수료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습니다.
재무제표는 누적 구조, 무기장 기간은 소급 기장 필요
재무제표는 이전 기말 잔액이 다음 기초 잔액이 되는 누적 구조입니다. 설립 시점부터 모든 거래가 빠짐없이 이어져야 하고, 중간을 건너뛸 수가 없습니다. 기장을 하지 않은 기간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재무제표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빠진 기간을 소급 기장해서 채워야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법인은 3개월마다 부가세 신고(연 4회), 그리고 1년에 한 번 법인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법인세 신고를 하려면 해당 연도의 부가세 신고 4회가 모두 완료되어 있어야 합니다. "매출이 없었는데 신고를 꼭 했어야 하나요?"라고 물으시는 경우가 많은데, 무실적이라도 신고 의무는 있습니다. 무신고 기간이 있다면 부가세 기한후 신고부터 먼저 정리하고, 그 다음에 법인세 신고와 재무제표 작성을 순서대로 진행하게 됩니다.
[Case] 무기장 기간이 있는 경우 재무제표 작성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재무제표 제출이 필요한 상황
2023년까지는 기장·신고 완료, 2024~2025년은 완전 무신고 상태
이 경우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2024년 부가세 무신고분 기한후 신고 → 2024년 기장 → 재무제표 작성 & 법인세 기한후 신고
2단계. 2025년 부가세 무신고분 기한후 신고 →2025년 기장 → 재무제표 작성 & 법인세 신고
2024년을 건너뛰고 2025년만 재무제표를 따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밀린 기간을 소급해서 기장하는 작업에는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실제 거래량을 확인해야 산정이 가능합니다. 거래가 거의 없는 기간이라면 협의를 통해 조정하기도 합니다.
이전 세무대리인에게 회계데이터 파일 수령 필요
재무제표는 개별 거래의 내역이 담긴 자료가 아니라, 회계처리가 모두 누적된 최종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이전 재무제표만으로는 과거에 어떤 세부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흐름을 확인하고 기장을 이어서 진행하려면, 이전 세무대리인이 사용하던 회계프로그램의 백업 데이터 파일이 필요합니다. (이 백업 데이터는 위하고(WEHAGO), Smart A, 세무사랑 등 세무프로그램에서 생성된 파일로, 엑셀 자료가 아닙니다.)
세무대리인을 변경하신 경우라면 이전 대리인에게 데이터 이관을 요청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 데이터를 받을 수 없다면, 홈택스에서 기존에 신고된 표준재무제표를 확인하여 그 숫자를 기초로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과거 재무제표의 세부 내역은 확인할 수 없는 블랙박스 상태로 남게 되고, 이후 기장은 그 불확실성을 안고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무리
설립 초기에는 재무제표를 만들지 않거나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거래가 거의 없으면 당장 큰 제약을 체감하지 못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문제가 되나요?”라고 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갑자기 요구받는 시점은, 대부분 회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시점입니다. 금융기관 거래, 신규 계약, 투자 유치 등 어떤 형태로든 외부와의 관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를 대비하려면, 법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고·기장 의무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