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을 설립하면 정관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 법인 설립을 대행한 법무사가 표준 정관 양식을 기초로 작성해주는데, 설립 절차가 끝나고 나면 서류함에 넣어두고 다시 꺼내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정관이 나중에 회사 운영 실무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을 부여하려는데 정관에 근거 조항이 없어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임원 퇴직금을 지급했는데 정관상 근거가 미비해 세무상 손금 인정이 불투명해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회사의 '헌법'이라 불리는 정관은 단순한 형식적 문서가 아닙니다. 경영 의사결정과 세무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서입니다. 오늘은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정관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핵심 사항들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정관이란
정관은 회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 규칙을 담은 근본규범입니다. 주주총회·이사회 같은 의사결정 구조, 주식의 발행·양도, 배당 등 회사 운영의 핵심 사항이 모두 정관에 기초합니다.
법인 설립 시 정관을 작성해 공증을 받아야 하며(자본금 10억 원 미만 발기설립의 경우 공증 면제), 정관이 없으면 법인등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서인데, 문제는 설립 당시 한 번 만들고 나면 그 뒤로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관에 담아야 하는 내용
상법은 정관의 기재사항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절대적 기재사항, 상대적 기재사항, 임의적 기재사항입니다.
1) 절대적 기재사항 — 빠지면 정관 자체가 무효
하나라도 누락되면 정관 전체가 무효가 되는 필수 항목입니다. 상법 제289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적(사업 내용)
상호(회사 이름)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
액면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1주의 금액
회사의 설립 시에 발행하는 주식의 총수
본점의 소재지
회사가 공고를 하는 방법
발기인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이 항목들은 표준 정관 양식에 이미 반영되어 있어 별도로 신경 쓸 일은 많지 않습니다.
2) 상대적 기재사항 — 정관에 기재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
상법이 인정하는 제도이지만, 정관에 명시하지 않으면 아예 실행할 수 없는 항목들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식 양도 제한이 대표적입니다. 주식회사의 주식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원하지 않는 제3자가 주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의 양도에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정관에 두면 됩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주주가 임의로 지분을 양도하더라도 회사 측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역시 정관 근거가 필수입니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면서 스톡옵션을 제안했는데, 막상 부여 절차를 밟으려 하니 정관에 관련 조항이 없어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상법 제340조의2에 따라 행사로 발행할 주식의 종류와 수, 부여 대상의 자격 요건, 행사 기간, 취소 사유 등을 정관에 규정해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우선주 발행이나 중간배당도 같은 맥락입니다. 투자 유치 시 투자자에게 상환전환우선주 등 종류주식을 발행하거나, 연 1회 결산배당 외에 중간배당을 실시하려면 반드시 정관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단계의 투자 유치에서 CB나 BW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 역시 정관에 발행 근거를 미리 마련해두어야 합니다.
3) 임의적 기재사항 — 법적 의무는 없지만, 세무 실무상 반드시 필요
법이 기재를 강제하지는 않지만, 세무 처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정관에 반드시 담아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원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정관 또는 정관에서 위임한 주주총회 결의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근거 없이 지급한 퇴직금은 법인세법상 손금(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정관에 "임원의 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른다"는 위임 조항을 두고, 별도의 퇴직금 지급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 규정에서 핵심이 되는 것이 퇴직금 지급배수입니다. 예를 들어 "1년당 평균급여의 1배수"로 정하면 근속연수 × 평균급여 × 1배가 퇴직금이 되고, "1년당 2배수"로 정하면 같은 근속연수라도 퇴직금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손금으로 인정하는 퇴직금 한도를 2배까지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퇴직금 지급규정은 설립 초기부터 마련해 일관되게 적용해온 기준이어야 합니다. 특정 임원의 퇴직 시점에 맞춰 급조된 규정은 과세관청에서 부인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 해야 합니다.
임원 상여금도 유사한 구조입니다.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 또는 이에 근거한 내부 규정에 지급 기준이 명시되어 있어야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의 ○% 범위 내에서 지급한다"와 같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관에 두는 방식이 실무에서 많이 활용됩니다.
정관 변경 절차
회사가 성장하면서 정관을 변경해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스톡옵션 조항을 새로 신설하거나, 전환사채 발행 근거를 마련하거나, 임원 퇴직금 규정의 위임 근거를 정비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정관 변경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그리고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1인 주주 또는 소수 주주로 구성된 중소기업이라면 결의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주주총회 의사록을 반드시 작성·비치해두어야 합니다.
결의 후, 변경 내용이 등기사항(상호, 목적, 본점 소재지, 발행할 주식의 총수 등)에 해당하면 본점 소재지에서 2주 내에 변경등기를 마쳐야 합니다. 반면 임원 퇴직금 위임 조항이나 중간배당 규정처럼 등기사항이 아닌 정관 변경은 별도의 등기 절차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정관 변경 절차가 부담스럽다면 법무사에게 의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주총회 소집 절차부터 의사록 작성, 변경등기까지 일괄 대행이 가능합니다.
지금 정관을 한번 꺼내보세요
법인 설립 때 받은 정관을 한번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스톡옵션 부여 계획이 있다면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임원 퇴직금 규정은 정관에서 적절히 위임되어 있는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종류주식이나 전환사채 발행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정관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해야 하는 살아있는 문서입니다. 특히 임원 보수와 퇴직금에 관한 조항은 세무 처리와 직결되므로, 세무·법률 전문가와 상의해 미리 정비해두시는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