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 곡선을 그리며 규모가 커지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관문이 있어요. 바로 외부 회계감사(이하 외부감사)예요.

많은 중소형 기업 경영진분들께서는 초기 단계에서 주로 ‘세금 신고’를 위한 세무회계에 집중하곤 해요. 즉, “세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예요. 하지만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면 세법이 아닌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정확한 재무제표 작성이 요구돼요.

1. 왜 외부감사가 필요한가: ‘나만의 가계부’에서 ‘공용 언어’로

초기 기업들은 각자의 편의나 세금 목적에 맞춰 회계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져요. 만약 모든 기업이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장부를 작성한다면 어떨까요? 투자자나 은행 등 외부 정보이용자는 A사와 B사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게 돼요.

외부감사는 바로 여기서 출발해요.

“만약 회사가 통일된 ‘기업회계기준’에 의거해서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한다면 회사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해답을 주는 과정이에요.

즉, 외부 정보이용자가 동일한 기준(Standard)으로 우리 회사의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재무제표의 통일성과 신뢰성을 부여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어요.

2. 회계감사란? : 감시가 아닌 ‘검증’

흔히 ‘감사(Audit)’라는 단어 때문에, 회계사가 회사의 모든 장부를 샅샅이 뒤져 탈세를 잡아내거나 부정을 적발하는 ‘수사’의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회계감사의 본질은 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검증에 있어요.

기업(또는 세무대리인)이 먼저 재무제표를 작성해 제시하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이 재무제표가 ‘기업회계기준(K-GAAP 또는 K-IFRS)’에 맞게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해요.

즉, 회계감사는 기업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제3의 전문가가 “이 성적표는 규칙대로 잘 작성되었어요”라고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과정이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3. 법정감사 vs 임의감사

외부감사는 법적 강제성이 있는지에 따라 크게 ‘법정감사’와 ‘임의감사’로 구분돼요.

법정감사: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라면 기업의 의사와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해요. 이는 기업이 영향력이 커진 만큼, 시장에 공시되는 정보의 투명성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목적이에요.

임의감사:
외감법상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요청해서 받는 감사를 말해요. 법적으로는 꼭 필요하지 않지만 비용을 들여 감사를 받는 이유는 주로 재무제표 신뢰성 확보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투자사(VC)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장부를 100%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인 회계법인을 통한 검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4. 외부감사(법정감사) 대상 기업 기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언제부터 법정감사 대상이 되는가?”예요. 외감법에 따르면 주식회사는 아래 기준을 따르게 돼요.

A. 무조건 대상 (규모 기준)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무조건 외부감사 대상이에요.

1.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500억 원 이상

2.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500억 원 이상

B. 소규모 기업 기준 (4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 충족)

위 A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아래 4가지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외부감사 대상이 돼요.

1.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120억 원 이상

2. 직전 사업연도 말 부채총액 70억 원 이상

3.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100억 원 이상

4. 직전 사업연도 말 종업원 수 100명 이상

5. 외부감사, 부담일까 기회일까?

처음 외부감사 대상 통보를 받으면 경영진이나 실무진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끼기 쉬워요. 비용도 들고, 회계처리 기준도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외부감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요.

이는 회사가 더 이상 ‘중소기업 리그’가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외감기업 리그’로 진입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즉, 기업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긍정적인 지표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