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Multiple) 가치평가 완벽가이드 : 우리회사는 몇배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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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나 투자 유치를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단연 "그래서 우리 회사는 얼마에 팔수 있나요?"일 것입니다. 복잡한 재무 이론들이 많지만, 실무 현장, 특히 중소형 기업 M&A 시장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널리 통용되는 방식은 바로 '멀티플(Multiple, 배수)'입니다.

"우리 회사 EBITDA가 20억 원인데, 업계 평균 배수가 8배래요. 그럼 160억에 팔 수 있는 건가요?"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멀티플은 단순한 곱셈 공식이 아니라, 시장의 평가와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멀티플이 무엇인지, 왜 실무자들이 이 방식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우리 회사의 '배수'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복잡한 DCF 대신 '멀티플'을 쓸까?

기업가치평가에는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DCF(현금흐름할인법)가 이론적으로 가장 정교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기업 M&A 현장에서는 DCF보다 멀티플(시장가치접근법)이 더 선호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과 설득력입니다. DCF는 아직 사업이 안정화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 미래 사업계획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사업계획이 조금만 바뀌어도 가치가 요동치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멀티플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사한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므로,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직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옆집 아파트가 평당 1천만 원에 팔렸으니, 우리 집도 그 정도는 받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기업의 이익 대비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므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의사소통이 명확합니다. "우리 회사 올해 EBITDA 10억, 배수 8배면 80억"이라는 식으로 협상의 출발점을 빠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상장사는 PER, M&A는 왜 'EBITDA Multiple'인가?

주식 시장에서는 흔히 PER(주가수익비율)을 봅니다. 순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M&A, 즉 기업을 통째로 사고파는 거래에서는 EBITDA 멀티플이 핵심입니다.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이익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계산 방법은 간단합니다. 영업이익에서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들을 다시 더해주면 됩니다.

EBITDA = 영업이익 + 감가상각비 + 무형자산상각비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는 회계상으로는 비용으로 처리되어 영업이익을 줄이지만, 실제로 현금이 밖으로 나가는 지출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를 영업이익에 다시 더해주면 기업이 영업으로 실제 손에 쥐는 현금 흐름 규모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M&A 시장에서 EBITDA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현금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M&A 매수자는 회사를 인수한 후 창출되는 현금으로 인수 금융을 갚거나 재투자를 해야 하므로, 회계상 순이익보다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중요합니다. EBITDA가 회사에 실제 들어오는 현금흐름이라면, 6배 주고 샀을 때 대략 6년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간단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본구조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PER는 이자 비용이 빠진 후인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므로 부채가 많은 기업과 적은 기업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EBITDA 멀티플은 부채 구조와 상관없이 기업 고유의 영업력만을 비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셋째, 업종 간 비교가 용이합니다. 감가상각비 규모가 업종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에, 영업이익만으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없습니다. EBITDA는 이런 차이를 제거해 순수한 영업력을 비교할 수 있게 합니다.

다만 EBITDA 멀티플 방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매출은 크게 나오더라도 아직 영업손실인 적자 기업의 경우, EBITDA 자체가 음수이거나 의미 없는 수치가 되기 때문에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멀티플 평가, 어떻게 계산하나?

기본 공식은 이렇습니다.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EV) = EBITDA × 멀티플(배수)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기업가치(EV)는 회사의 전체 가치를 의미합니다. 즉, 주주의 몫(자기자본)과 채권자의 몫(부채)을 모두 합친 금액입니다. 따라서 주주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돈을 계산하려면, 여기서 은행 빚 등 순차입금(Net Debt)을 빼야 합니다.

자기자본 가치(Equity Value) = 기업가치(EV) - 순차입금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 회사의 연간 EBITDA가 10억 원이고, 업종 평균 멀티플이 8배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기업가치는 80억 원(10억 × 8배)이 됩니다. 만약 회사에 은행 대출 30억 원이 있다면, 주주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0억 원(80억 - 30억)이 됩니다.

이 계산 구조를 이해하면, 왜 M&A 협상에서 "부채는 누가 인수하나"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 배수는 다릅니다

"그래서 몇 배를 받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업종별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10억 원 EBITDA라도 어떤 업종이냐에 따라 기업가치는 30억이 될 수도, 100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거나, 과거에 대규모 투자가 이미 이루어져 앞으로 이익 회수가 기대되는 업종에 더 높은 배수를 부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약품·바이오 산업입니다. 이 업종은 보통 약 30배 수준의 멀티플이 적용됩니다. 신약 개발에 따른 성장 기대, 특허권과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 그리고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기업가치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통업이나 음식료 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배수를 받는 편입니다. 유통업은 보통 7~8배, 음식료 산업은 5~6배 수준이 일반적입니다. 이들 업종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고 사업 구조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수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같은 업종이라 하더라도 모든 기업이 동일한 배수를 적용받는 것은 아닙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거나, 프랜차이즈처럼 사업 확장이 가능한 구조를 갖춘 기업의 경우에는 업종 평균보다 높은 배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즉, 업종이 기본적인 기준을 만들고,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그 위에서 가감 조정되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몇 배'인가?

"동종 업계 평균이 8배라던데, 우리도 8배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멀티플 배수는 단순히 업종 평균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과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1) 최근의 유사 거래 사례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최근에', '우리 회사와 비슷한 규모와 사업 모델을 가진 회사'가 '실제로 M&A 시장에서 거래된 배수'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수보다, 경영권이 오고 간 실제 M&A 거래 사례가 훨씬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 ODM 업체를 매각하려는데, 6개월 전에 비슷한 규모의 업체가 EBITDA 10배에 거래됐다면 이것이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상장사 평균이 15배"라고 해도, 실제 M&A 시장에서 중소형 기업이 그 배수로 거래된 사례가 없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2) 성장성과 수익성이 배수를 좌우합니다

같은 매출이라도 성장률과 이익률이 다르면 배수는 크게 달라집니다.

성장률은 가장 직관적인 프리미엄 요인입니다. 매출과 이익이 매년 20%씩 성장하는 기업은 정체된 기업보다 훨씬 높은 배수를 받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투자해도 미래 수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성장률만 보면 안 됩니다. 그 성장이 지속 가능한지, 대규모 투자를 계속 해야 유지되는 성장인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익률도 중요합니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강력한 경쟁우위를 의미하므로 프리미엄 요인이 됩니다. 매출 100억에 EBITDA 5억인 회사(이익률 5%)와 매출 50억에 EBITDA 10억인 회사(이익률 20%)가 있다면, 후자가 더 높은 배수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가격 결정력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곧 비즈니스의 질이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3) 시장 지위와 규모의 영향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같은 업종의 2, 3위 기업보다 더 높은 배수를 적용받습니다. 1등 기업은 협상력이 강하고, 경기 변동에도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대로 규모 할인도 존재합니다. 비교 대상 회사보다 우리 회사 규모가 훨씬 작다면, 위험도가 높다고 보아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매출 1,000억 원 기업과 50억 원 기업은 같은 업종이어도 다른 배수를 적용받는 게 일반적입니다. 큰 회사일수록 고객 기반이 안정적이고, 경영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으며, 경기 변동에 대한 완충력이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4) 경영권 프리미엄: M&A만의 특별한 가치

마지막으로, 만약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니라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이라면,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20~30%의 할증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상장회사의 경우 현재 주가가 있지만, M&A를 할 때는 주가 그대로 거래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 간 거래되는 가격에는 경영권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M&A 거래에서는 인수를 통해 얻게 될 시너지, 경영 효율화 등을 기대하여 추가적인 가치를 지불합니다.

다만 이 20~30%라는 숫자는 정해진 규칙이 아닙니다. 개별 협상과 시너지 효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매수자가 우리 회사를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클수록, 경영권 프리미엄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멀티플은 '상대평가'입니다. 따라서 "누구와 비교하느냐"가 핵심입니다. M&A 자문을 진행하다 보면, 매도자는 높은 배수를 받은 사례를 찾으려 하고, 매수자는 낮은 배수로 거래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결국 설득력 있는 비교 대상을 찾고, 우리 회사만의 강점을 입증하는 것이 협상의 출발점입니다.

무조건 업종 평균을 주장하기보다는, 우리 회사의 매력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비교 대상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높은 성장률, 우수한 이익률, 독보적인 기술력, 탄탄한 고객 기반 같은 강점이 있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사 사례를 찾아 논리를 구축해야 합니다.

결국 멀티플은 숫자 게임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입니다. "우리 회사가 왜 업종 평균보다 높은 배수를 받아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딜 테이블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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