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는 기업의 성적표와 같습니다. 경영자는 이를 통해 회사의 건전성과 실적을 증명해야 하지만, 경영 현실이 늘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이때 실제보다 회사 상황을 좋게 포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분식회계입니다.
실무적으로 분식회계는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소규모 기업에서 더 자주 발생합니다. 외감대상이 아니면 회계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외부의 눈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나중에 외부 투자를 받거나 실사·감사를 받게 되는 시점입니다. 이때 그동안의 분식회계 내역이 거의 대부분 드러납니다. 회계사들은 이를 '장난질'이라 부르는데, 이런 과거 경력이 발견되면 투자가 철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재무제표를 전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1. 분식회계란 무엇인가?
분식(粉飾)은 '가루 분'에 '꾸밀 식'을 씁니다. 얼굴에 분칠을 하여 실제 모습보다 예쁘게 보이게 하듯, 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재정 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포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분식이란, 반대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익을 실제보다 적게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회계 정보를 왜곡한다는 점에서는 분식회계와 본질이 같습니다.
2. 기업은 왜 장부를 조작하는가?
경영자가 법적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데에는 여러 동기가 존재합니다.
1)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역분식' (이익 줄이기)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이익을 줄여서 표시하는 경우입니다.
법인세 절세: 이익이 증가하면 내야할 세금도 늘어나므로, 올해 이익을 다음 해로 미루거나 비용을 과대 계상합니다.
배당 압박 회피: 이익 급증 시,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피하기 위해 이익을 숨깁니다.
2) 정부 지원사업 선정 및 유지
많은 정부 지원사업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선정 기준으로 삼습니다.
지원금 수령: 정부의 R&D 지원금, 고용 지원금, 수출 지원금 등을 받기 위해 실적을 부풀립니다.
지원 자격 유지: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자본잠식이 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려 합니다.
3) 금융기관 차입 및 금리 비용 절감
은행은 대출 심사 시 재무제표를 확인합니다.
대출 승인 및 연장: 부채비율이 너무 높거나 이자보상비율이 낮으면 대출이 거절되거나 기존 대출이 회수될 수 있습니다.
이자 비용 절감: 신용등급을 유지하여 고금리 부담을 피하려는 유인이 작용합니다.
3. 이익에 영향이 없는 분식회계 유형
당기순이익은 건드리지 않고, 재무비율(유동비율, 부채비율)만 좋게 보이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1) 자산과 부채의 상계
관련된 자산과 부채를 서로 상계하여 장부에서 지워버리는 수법입니다. 자본총계나 이익은 그대로지만, 부채 총액이 줄어들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유동비율은 높아집니다.
예시: E기업은 거래처에 외상값(매출채권) 100억 원을 받을 돈이 있고, 동시에 같은 거래처에 외상값(매입채무) 100억 원을 줄 돈이 있습니다. 이 둘을 상계하여 양쪽 모두 장부에서 지우면, 자산과 부채가 각각 100억 원씩 줄어들어 부채비율이 개선됩니다.
2) 유동성 분류 조작 (계정 재배치)
자산·부채 총액은 그대로 둔 채 계정과목의 분류만 바꿉니다. 단기 지급능력이 좋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자산 조작: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자산'을 즉시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분류합니다.
부채 조작: 당장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을 천천히 갚아도 되는 '비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예시: F기업은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200억 원을 장기차입금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유동부채가 200억 원 줄어들어 유동비율이 80%에서 150%로 개선되었습니다.
4.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 유형
손익계산서의 이익을 늘려 자본을 증가시키는 유형입니다. "자산은 늘리고, 부채는 줄이는" 방식이 동원됩니다.
1) 가공의 매출 기록 (자산↑ & 수익↑)
없는 매출을 만들거나 내년 매출을 미리 당겨오는 방식입니다.
가짜 세금계산서: 물건을 팔지 않았는데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가공의 매출채권을 만듭니다.
매출 조기 인식: 아직 팔리지 않은 위탁 판매 물품을 매출로 잡거나, 내년 매출을 미리 당겨서 인식합니다.
예시: G기업은 실제로는 물건을 판매하지 않았지만, 계열사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매출 5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채권 50억 원이 증가하고, 매출액 50억 원이 증가하여 영업이익이 부풀려졌습니다.
2) 비용의 자산화 (비용↓ & 자산↑)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돈을, 자산을 산 것처럼 처리하여 이익을 늘립니다.
자본적 지출 위장: 기계 수리비(비용)를 지출하고, 마치 기계 장치의 가치가 증가한 것(자산)처럼 장부에 기록합니다.
예시: I기업은 공장 기계 수리에 20억 원을 지출했습니다. 이를 수선비(비용)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이 20억 원 줄지만, 기계장치(자산) 증가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분식회계는 세금 절감, 정부 지원사업 선정, 자금 조달, 경영 실적 악화 은폐 등 다양한 동기에서 발생합니다.
분식회계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상황을 좋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됩니다. 건전한 회계는 투자자와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우리 기업의 신뢰를 지키는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