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표에서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 즉 주주의 몫입니다. 부채는 갚아야 할 돈이지만, 자본은 원칙적으로 상환 의무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본이 충실한 회사일수록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 자본은 어떤 경로로 늘어나고, 어떤 상황에서 줄어들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자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1. 자본의 구성: 돈의 출처에 따라 나뉜다
자본은 돈이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납입자본 — 주주가 직접 넣은 돈
회사의 영업 실적과 무관하게, 주주가 회사에 직접 투자한 금액입니다.
자본금은 발행주식수에 1주당 액면금액을 곱한 금액입니다. 상법상 법정자본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함부로 줄이거나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습니다.
자본잉여금은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했을 때 생기는 초과금액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발행초과금입니다. 스타트업이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을 때 발생하는 프리미엄이 바로 이 항목에 쌓입니다.
이익잉여금 — 회사가 스스로 벌어서 쌓은 돈
창업 이후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남겨둔 누적 금액입니다. 이 숫자가 마이너스가 되면 결손금이라 부릅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자생력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입니다. 납입자본이 아무리 커도 이익잉여금이 적자라면, 외부에서 돈은 끌어왔지만 사업 자체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납입자본이 작더라도 이익잉여금이 꾸준히 쌓이는 회사는 외부 자금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셈입니다.
이 구성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자본이 왜 늘고 줄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2. 자본이 증가하는 경우
자본이 늘어나는 경로는 결국 두 가지입니다. 밖에서 돈이 들어오거나, 안에서 돈을 버는 것입니다.
1) 유상증자 — 주주로부터 새로운 출자를 받는 경우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하고 그 대가로 현금 등을 납입받으면,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동시에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0원인 주식 1만 주를 주당 20,000원에 발행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자본금은 5,000만 원(5,000원 × 1만 주), 자본잉여금은 1억 5,000만 원(15,000원 × 1만 주)이 증가합니다. 회사에 유입된 자본 총액은 2억 원입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에서는 기존 주주의 추가 출자, 외부 투자 유치, 가족·지인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실무에서 흔한 형태입니다. 다만 발행가액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증여세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는 주식 평가 문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2) 당기순이익 —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경우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에서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은 이익잉여금으로 누적됩니다. 외부에서 한 푼도 받지 않아도 자본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유일한 경로입니다.
금융기관 대출 심사, 공공입찰 재무 평가, 거래처 신용 조회 등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이익잉여금의 추이입니다. 이익잉여금이 꾸준히 쌓이는 회사는 "스스로 성장하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3) 기타포괄이익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평가이익, 해외사업환산이익 등은 손익계산서를 거치지 않고 자본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직접 반영됩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항목은 아니지만, 장기 투자자산이나 해외 거래가 있는 경우 자본 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무상증자는 자본 총액이 변하지 않는다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주주에게 새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지만, 회사 밖에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 내부에서 계정 간 이동만 일어나므로 자본 총액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대외 신용도 제고나 주식 수 확대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자본이 감소하는 경우
자본은 상환 의무가 없는 돈이지만, 아예 줄어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자본은 실질적으로 감소합니다.
1) 배당 —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경우
가장 일반적인 자본 감소 경로입니다. 회사가 쌓아둔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면, 그만큼 자본이 줄어듭니다. 배당은 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며, 자본금이나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배당할 수는 없습니다(상법 제462조).
비상장 중소기업 대표 입장에서 배당은 곧 개인 소득이기도 합니다. 법인에 유보하면 법인세 부담이, 배당으로 꺼내면 배당소득세 부담이 생기므로, 어느 쪽이 세후 기준으로 유리한지 비교 검토가 필요합니다. 특히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세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2) 당기순손실 — 사업에서 적자가 나는 경우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익잉여금이 깎입니다. 누적 손실이 이익잉여금을 넘어서면 결손금 상태가 되고, 결손금이 납입자본까지 잠식하면 자본잠식이 됩니다.
자본잠식은 단순한 회계 용어가 아니라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집니다.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되고(상장사 기준), 비상장 기업이라 하더라도 은행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완전자본잠식)까지 가면 거래처 신용 평가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3) 자기주식 취득 — 회사가 자기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
회사가 기존 주주로부터 자기 주식을 사들이면, 현금이 빠져나가고 자본에서 자기주식 항목이 차감됩니다. 형식상 자산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적 실질은 주주에게 투자금을 돌려준 것과 같습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에서는 소수주주 정리, 경영권 분쟁 방지, 임직원 스톡옵션 재원 확보 등의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취득할 수 있으며(상법 제341조), 취득 후에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등 후속 관리가 필요합니다.
4) 유상감자 — 자본금 자체를 줄이는 경우
유상감자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를 줄이면서 그 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자본금이 직접 감소하고 현금도 함께 유출됩니다. 채권자 보호를 위해 채권자 이의 공고 등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참고로, 무상감자는 결손금 보전을 위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으로, 현금 유출 없이 장부상 정리만 이루어집니다. 자본 총액은 변하지 않지만 자본금과 결손금이 동시에 줄어들기 때문에,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한눈에 정리
구분 | 주요 원인 | 영향 받는 항목 |
|---|---|---|
증가 | 유상증자 | 자본금, 자본잉여금 |
당기순이익 | 이익잉여금 | |
기타포괄이익 | 기타포괄손익누계액 | |
감소 | 배당 | 이익잉여금 |
당기순손실 | 이익잉여금(→ 결손금) | |
자기주식 취득 | 자기주식(자본 차감) | |
유상감자 | 자본금 |
자본의 증감 내역을 추적하면, 그 회사가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성장을 하고 있는지, 자체 수익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을 볼 때, 총액만 확인하지 마시고 납입자본과 이익잉여금의 비율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