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통장에 입금이 확인되면 자연스럽게 매출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회계에서는 현금 유입과 수익 인식을 동일선상에 놓지 않습니다. 의무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제3자에게 전달해야 할 자금을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금액은 매출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합니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매출이 과대 계상된 재무제표가 만들어지고, 투자 유치나 금융기관 심사에서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무에서 빈번하게 혼동되는 세 가지 유동부채 계정 : 선수금, 선수수익, 예수금의 인식 기준과 차이를 정리하겠습니다.
선수금 : 의무 이행 전에 수령한 계약 대가
선수금(Advances Received)은 재화의 인도나 용역의 제공이 완료되기 전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미리 수령한 금액입니다. 착수금, 계약금, 선주문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총 3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착수금 1억 원을 12월에 수령했으나 실제 용역 착수는 익년 1월인 경우, 해당 1억 원은 결산 시점에서 매출이 아닌 부채로 계상해야 합니다. 맞춤 제작 가구를 수주하고 계약금 30%를 받았지만 아직 제작에 착수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 전환 시점은 용역을 실제로 이행하거나 재화를 인도한 때입니다. 이 지점에서 실무상 흔히 발생하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고 해서 곧바로 회계상 매출이 인식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 신고를 위한 과세 시점의 기준이며, 기업회계 기준상 수익 인식 요건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선수금이 부채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반환 의무가 발생하고,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경제적 효익이 실현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계의 수익 인식 원칙은 현금 수령 시점이 아니라 의무 이행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선수수익 : 기간 경과에 따라 인식되는 이연 수익
선수수익(Unearned Revenue)은 대가를 수령했으나 서비스 제공 기간이 아직 경과하지 않아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선수금과 유사해 보이지만, 수익 전환의 기준이 다릅니다. 선수금은 특정 행위(재화 인도, 용역 완료)의 이행을 기준으로 매출이 인식되는 반면, 선수수익은 시간의 경과에 비례하여 매출로 전환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료 선수입니다. 연간 임대료 1,200만 원을 7월 1일에 일시 수령한 경우, 12월 31일 결산 시점의 회계 처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 경과한 6개월분(7~12월) 600만 원은 임대수익(매출)으로 인식하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6개월분(1~6월) 600만 원은 선수수익(부채)으로 이연합니다. SaaS 구독료, 멤버십 연회비 등을 선납으로 받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선수수익이 부채로 분류되는 근거는, 중도 해지 시 잔여 기간에 대한 반환 의무가 존재하며, 서비스를 아직 제공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수익 실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SaaS, 멤버십 등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선수수익의 규모와 전환 속도가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됩니다.
예수금 : 법적 소유권이 회사에 없는 일시 보관금
예수금(Withholdings)은 회사가 일시적으로 보관한 후 국가 또는 제3자에게 납부해야 하는 자금입니다. 통장 잔고에는 반영되어 있지만 회사가 처분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므로, 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주요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임직원 급여에서 원천징수한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둘째, 급여에서 공제한 4대 보험료(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근로자 부담분. 셋째, 매출 시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수취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중 국가에 납부할 금액입니다.
예수금이 부채인 이유는 법적 소유권 자체가 회사에 귀속되지 않으며, 법정 기한 내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한을 초과하면 가산세가 부과되므로, 아래 납부 일정은 반드시 관리 체계에 반영해 두시기 바랍니다.
원천세: 급여 지급월의 익월 10일까지 납부
4대 보험료: 당월분을 익월 10일까지 납부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 기한(1월·7월, 과세기간 종료 후 25일 이내) 내 신고·납부
예수금이 장부에 과도하게 적체되어 있다면 세금 납부가 지연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월 단위로 잔액을 점검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선수금과 예수금, 어떻게 다른가
선수금과 예수금은 모두 유동부채로 분류되고, 통장에 입금된 돈이라는 점에서 실무 담당자가 혼동하기 쉬운 계정입니다. 그러나 자금의 원천과 향후 흐름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선수금은 거래 상대방(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회사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면 매출로 전환됩니다. 즉, 궁극적으로 회사의 수익이 될 자금입니다. 반면 예수금은 임직원이나 거래처로부터 원천징수·공제한 돈으로, 회사는 이를 국가 또는 제3자에게 전달하는 중간 경유지 역할만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회사의 매출이 될 수 없는 자금입니다.
정리하면, 선수금은 "아직 벌지 못한 우리 돈"이고, 예수금은 "처음부터 우리 돈이 아닌 남의 돈"입니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재무제표상 부채의 성격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정리
계정 과목 | 인식 기준 | 대표 사례 | 부채 분류 근거 |
|---|---|---|---|
선수금 | 의무 이행 전 수령한 계약 대가 | 용역 착수금, 제품 선주문금 | 계약 해제 시 반환 의무 |
선수수익 | 기간 미경과분에 해당하는 이연 수익 | 임대료 선수분, SaaS 연간 구독료 | 중도 해지 시 잔여분 반환 의무 |
예수금 | 국가·제3자에게 납부할 일시 보관금 | 원천세, 부가세, 4대 보험료 | 법적 소유권이 회사에 미귀속 |
부채의 성격을 읽어야 재무제표가 보인다
부채 총액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재무 상태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수금이나 선수수익이 늘어났다는 것은 계약 기반의 미래 매출이 확보되어 있다는 의미이므로, 사업의 성장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예수금이 비정상적으로 누적되고 있다면 세금 체납 리스크를 점검해야 합니다.
법인 통장에 들어온 돈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하고, 각 부채 항목이 우리 회사의 재무 상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의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