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임의감사나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세무사무소에 기장을 잘 맡겨놨는데 왜 이렇게 고칠 게 많아요?"라며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회계사들은 처음 감사를 받는 기업(초도감사)을 가면 언제나 똑같은 부분에서 수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초도감사를 진행해 보니, 업종이 다르고 규모가 달라도 지적되는 항목은 거의 비슷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규모가 작은 일반 세무사무소는 편의상 세법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법은 세금 계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회계감사에서 요구하는 기업회계기준(K-GAAP)과는 처리 방식이 다릅니다. 같은 거래라도 세법과 회계기준의 처리 방법이 다른 경우가 많고, 초도감사에서는 이런 차이들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그래서 초도감사에서 언제나 수정이 일어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감사 과정이 훨씬 수월하고, 감사의견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1. 수익·비용의 기간 귀속 오류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문제입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매출·매입의 기간 귀속
특히 12월 말과 1월 초 거래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실적을 좋게 만들려는 의도든 단순 실수든, 세금계산서 발행 시점과 실제 거래 완료 시점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12월 31일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대금을 받았더라도, 제품이 실제로 인도된 시점이 1월이라면 전년도 매출로 인식할 수 없습니다. 회계기준상 수익은 재화의 소유에 따른 위험과 효익이 이전된 시점에 인식합니다. 쉽게 말해 물건이 넘어간 시점이 기준입니다.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에 받은 세금계산서라도 전년도 12월에 이미 용역을 제공받았거나 비품을 받았다면, 전년도 비용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선급비용과 미지급비용
세무 기장에서는 잘 다루지 않지만, 회계감사에서는 반드시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선급비용은 이미 돈은 지급했지만, 아직 그 효익을 받지 못한 비용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임차료, 보험료, 유지보수 계약입니다.
12월에 내년 1월~3월분 임차료 3개월치를 미리 냈다면, 전액을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면 안 됩니다. 12월분만 비용 처리하고, 나머지 2개월분은 선급비용(자산)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미지급비용은 아직 돈은 안 냈지만, 이미 그 효익을 받은 비용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급여, 이자, 전기료입니다.
12월 31일이 결산일인데, 12월분 급여를 익월 초에 지급하는 회사라면 12월분 급여는 미지급비용(부채)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실제 지급은 1월이지만, 근무는 12월에 제공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간 안분 처리를 하지 않으면, 감사에서 전부 수정 요구가 들어옵니다.
체크 포인트:
12월 마지막 주와 1월 첫 주의 매출·매입 거래를 뽑아서 실제 인도 시점을 확인하세요.
연간 계약(임차료, 보험료, 유지보수 등)은 기간별로 안분해서 처리했는지 확인하세요.
12월분 급여, 이자, 전기료 등이 미지급비용으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하세요.
2. 무형자산(개발비) 과대 계상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거의 100% 나오는 이슈입니다.
연구개발 지출을 모두 개발비(무형자산)로 처리해서 당기 이익을 부풀린 경우입니다. 회계기준상 무형자산으로 인정받으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 개발이 완료되어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상태
미래 경제적 효익: 그 자산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
지출 금액의 신뢰성 있는 측정: 개발비를 명확히 구분해서 집계 가능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가 R&D 지출을 프로젝트별로 구분 관리하지 않고, "개발팀 인건비 + 외주 용역비 = 개발비"로 뭉뚱그려 처리한다는 점입니다.
감사에서 개발비 자산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액 전액이 비용으로 수정됩니다. 개발비가 100억 원이었다면 당기순이익이 100억 원 감소합니다.
체크 포인트: R&D 프로젝트를 명확히 구분하고, 각 프로젝트별로 기술적 완성도와 상업화 가능성을 문서로 남겨두세요. 애매한 경우라면 차라리 비용 처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 과대평가
장부상으로는 매출채권이 50억 원인데, 실제로는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 섞여 있는 경우입니다.
감사에서는 거래처별로 잔액 조회서를 발송합니다. 거래처가 "우리는 그런 채권 없다"고 회신하거나, 1년 이상 장기 연체된 채권이 발견되면 회수 가능성을 따집니다.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거나 대손상각을 해야 합니다.
특히 계열사 간 거래,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채권이 쌓여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합니다. 형식상으로는 매출을 인식했지만 실제 회수 계획이 없다면, 이는 가공 매출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체크 포인트: 잔여 채권의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분석해 보세요. 1년 이상 회수되지 않는 채권은 사유를 명확히 하고, 필요하면 미리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세요.
4. 재고자산 평가 오류
제조업, 유통업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입니다.
이익 조정을 위해 재고자산 잔액을 마음대로 정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재고자산이 많으면 매출원가가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원가 = 기초재고 + 당기 매입 - 기말재고
위 공식에서 재고자산 잔액을 임의로 늘리면 매출원가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이익이 부풀려집니다. 장부상 재고는 30억 원인데 실제 창고에는 20억 원어치밖에 없거나, 창고에는 있지만 장기 체재 재고나 손상된 재고를 그대로 자산으로 잡고 있는 경우입니다.
감사에서는 재고 실사에 입회합니다. 실사 결과 장부와 실제 재고가 맞지 않으면, 차액을 재고자산 감모손실로 처리해야 합니다. 1년 이상 판매되지 않은 재고(진부화 재고)는 평가손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체크 포인트: 연말 재고금액을 반드시 파악하고, 그 결과를 장부에 정확히 반영하세요. 장기 체재 재고는 미리 평가손실을 인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5. 감가상각비 과소 계상
고정자산을 취득하고도 감가상각을 누락하거나, 내용연수를 비현실적으로 길게 잡아서 감가상각비를 적게 계상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내용연수를 10년으로 잡거나, 차량을 20년으로 잡는 식입니다. 회계기준은 자산의 실제 사용 가능 기간을 내용연수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업종별 평균 내용연수와 크게 차이 나면 수정 대상이 됩니다.
감가상각을 누락하거나 과소 계상하면 당기 이익은 높아 보이지만, 감사에서는 누락된 감가상각비를 소급해서 반영하라고 요구합니다.
체크 포인트: 고정자산별로 내용연수가 적정한지 검토하고, 매년 감가상각비를 빠짐없이 계산하세요.
6. 퇴직급여충당금 미계상
이것도 거의 모든 초도감사에서 나오는 수정사항입니다.
중소기업은 퇴직금을 실제 퇴직 시점에 비용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회계기준은 매년 말 현재 재직 중인 직원이 모두 퇴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부채로 인식하도록 규정합니다.
퇴직급여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으면, 감사에서는 과거 연도부터 소급해서 충당금을 쌓으라고 요구합니다. 직원이 많고 근속 연수가 길수록 금액이 큽니다.
체크 포인트: 매년 말 재직 인원을 기준으로 퇴직급여추계액을 계산하고, 퇴직연금 적립액을 차감한 금액을 퇴직급여충당부채로 계상하세요.
7. 정부보조금 회계처리 오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R&D 지원금, 고용지원금 등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영업외수익으로 처리하거나 자산 취득가액에서 차감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계기준상 정부보조금은 관련 비용이 발생하는 기간에 수익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자산 취득 관련 보조금이라면 자산 가액에서 차감하여 표시하거나, 이연수익으로 처리 후 내용연수에 걸쳐 상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받은 시점에 영업외수익으로 한번에 잡으면, 감사에서 기간 배분을 다시 하라고 수정 요구가 들어옵니다.
체크 포인트: 정부보조금은 용도별로 구분하고, 관련 비용이 발생하는 기간에 맞춰 수익을 인식하세요.
초도감사를 잘 넘기려면
초도감사가 처음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회계 처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감사 시작 전에 세무대리인이나 회계담당자와 위 사항들을 먼저 점검해 보세요.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미리 반영해서 감사를 받으면, 감사 기간도 단축되고 불필요한 논쟁도 줄어듭니다.
감사인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회사의 사업 모델이나 특수한 거래에 대해서는 감사 시작 전에 미리 설명하고, 회계 처리 방향을 협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초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면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 심사나 한도 조정 시 감사의견을 확인하기 때문에, 한정이나 부적정 의견이 나오면 금융 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생깁니다.
임의감사의 경우는 외부감사보다 영향이 적을 수 있지만,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받는 것이라면 역시 적정 의견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번거롭더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감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