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를 볼 때 많은 분들이 손익계산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이익이 났다는 건 회사가 돈을 벌었다는 뜻이니, 당연히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손익계산서만으로는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장부상 이익은 나는데 회사가 망하는 '흑자도산'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발생주의로 작성되는 손익계산서와 현금주의로 작성되는 현금흐름표의 차이, 그리고 왜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발생주의 손익계산서: 거래 발생 시점에 인식
손익계산서는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작성됩니다. 현금이 실제로 오고 가는 시점이 아니라, 거래가 발생한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물건을 팔면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매출로 잡히고, 돈이 나가지 않아도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손익계산서의 이익은 회계 기준에 따라 계산된 숫자일 뿐, 실제 현금의 흐름과는 시차가 발생합니다.
외상 거래로 이해하기
회사가 12월에 제품 1억 원어치를 납품했습니다. 거래처는 "3개월 후에 돈 줄게"라고 했습니다.
외상 판매 시점 (12월):
손익계산서: 매출 1억 원 인식 → 이익 발생
실제 현금: 0원 (아직 받지 못함)
재무상태표: 매출채권(받을 돈) 1억 원 기록
대금 회수 시점 (3월):
손익계산서: 추가 매출 인식 없음
실제 현금: 1억 원 유입
재무상태표: 매출채권 감소, 현금 증가
회계상으로는 12월에 이미 의무를 다했으므로 매출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3개월 동안 손에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태입니다.
구분 | 외상 판매 시점 | 대금 회수 시점 |
|---|---|---|
매출 인식 | O | X |
현금 유입 | X | O |
의미 | 이익은 났지만 돈은 없음 | 돈은 들어왔지만 새 이익은 아님 |
2. 흑자도산은 왜 발생하는가?
A기업의 2024년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손익계산서 (발생주의):
매출액: 500억 원 (전년 대비 100% 증가)
영업이익: 50억 원 (흑자!)
재무상태표:
매출채권: 300억 원 (대부분 외상 판매)
보유 현금: 10억 원
1월 지급 예정:
급여 5억 원 + 차입금 원리금 20억 원 = 25억 원
문제 발생
손익계산서상으로는 50억 원의 이익을 냈지만, 실제 보유 현금은 10억 원뿐입니다. 25억 원을 지급할 수 없어 부도 위기에 처합니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해 손익계산서상 이익은 급증했지만, 대부분 외상 판매라 당장 들어오는 현금은 없습니다. 반면 은행 이자, 직원 월급, 거래처 결제일은 다가옵니다. 장부는 흑자인데 금고가 비어 결제를 못 하게 되는 것입니다.
3. 현금주의 현금흐름표: 실제 현금의 움직임
현금흐름표는 발생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기업의 자금 수급 현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1) 실질적 지급 능력 확인
기업이 빚을 갚고 월급을 줄 능력은 장부상 이익이 아니라 보유 현금에서 나옵니다. 현금흐름표는 기말 현재 기업이 실제로 보유한 현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려줍니다.
2) 이익의 질 평가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비교하면 이익의 질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 | 영업이익 | 영업활동 현금흐름 | 해석 |
|---|---|---|---|
B기업 | 100억 원 | 95억 원 | 이익의 질이 좋음, 현금 회수 양호 |
C기업 | 100억 원 | -50억 원 | 이익의 질이 낮음, 흑자부도 위험 |
C기업은 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실제로는 영업활동에서 50억 원의 현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영업이익은 났는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면 물건은 팔았지만 돈이 안 들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익의 질이 낮다는 신호이며, 흑자도산의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4. 함께 확인해야 할 포인트
1)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 비교
정상: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비슷하거나, 현금흐름이 조금 더 많음
주의: 영업이익은 많은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거나 마이너스
2) 매출채권 증가율과 매출액 증가율 비교
정상: 매출액 증가율과 매출채권 증가율이 비슷함
주의: 매출채권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보다 훨씬 높음 (돈을 못 받고 있음)
손익계산서는 발생주의로 작성되어 거래가 발생한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인식합니다. 반면 현금흐름표는 현금주의로 작성되어 실제 현금이 오고 간 시점을 기록합니다. 건전한 재무 이해를 위해서는 손익계산서로 수익성을 확인하고, 현금흐름표로 실제 현금 흐름이 원활한지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