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셨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하신 대표님들이 초기에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세금계산서도 끊었고 카드 영수증도 다 줬는데, 왜 통장 내역을 또 달라고 하나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인 회계는 증빙만으로 끝나지 않고, 통장의 모든 자금 흐름이 장부와 재무제표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인 기장은 통장 거래 하나하나를 회계처리해 적절한 계정으로 분류하고, 통장 잔액과 장부 잔액을 일치시키는 작업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과정을 흔히 ‘통장 맞추기’라고 부릅니다.
1. 개인사업자와 법인은 ‘돈의 주인’이 다릅니다
개인사업자는 대표자와 사업장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경제 주체입니다. 사업 소득이 곧 개인의 소득이므로 자금 운용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반면, 법인은 대표자와는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인격체입니다. 법인 통장의 자금은 대표님의 개인 자산이 아닌, 오직 ‘법인’의 자산입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회계의 초점도 달라집니다.
개인: 매출·매입 증빙 중심
법인: 증빙은 기본, 통장의 모든 입출금 내역(이체, 결제 등)을 거래 성격별로 회계처리해야 함
즉, 개인사업자는 매출·매입 증빙만 누락 없이 챙기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법인은 구조적으로 그 방식이 불가능합니다. 통장에 찍힌 모든 거래 내역과 재무제표(장부상 기록)가 1원까지 일치해야 하며, 자금의 흐름의 기록이 곧 회계 장부가 됩니다.
2. 법인 기장: 1원의 거래도 장부에 기록한다
법인 통장에서 10,000원이 출금됐다면, 회계 장부(재무제표)에는 반드시 그 자금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명시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법인 회계의 대원칙입니다.
단순히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행위 같지만, 회계상으로는 자금의 성격(계정과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입금의 경우, 물건을 팔아 번 돈(매출)인지, 대표님이 회사에 잠시 빌려준 돈(가수금)인지, 투자를 받은 돈(자본금)인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출금의 경우, 물건값 결제(매입)인지, 직원 급여(인건비)인지, 거래처에 미리 준 돈(선급금)인지, 아니면 대표님이 빌려 간 돈(가지급금)인지가 확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분류 과정을 거쳐 장부 잔액과 실제 통장 잔액을 1원 단위까지 일치시키는 작업이 바로 실무에서 말하는 ‘통장 맞추기’입니다.
세무대리인이 통장 내역을 집요하게 요청하는 이유는, 법인 회계처리의 시작과 끝이 바로 이 ‘통장 흐름’에 있기 때문입니다.
3. 통장 맞추기가 안될 때 생기는 ‘가지급금’ 리스크
가장 흔한 상황은 통장에서 돈은 나갔는데, 어디에 썼는지 증빙이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런 미확인 거래가 누적되면 장부에서 그 성격을 확정할 수 없게 되고, 실무에서는 결국 가장 보수적인 처리를 하게 됩니다. 바로 ‘대표님이 회사의 돈을 임시로 빌려 간 것’, 즉 가지급금입니다.
이 가지급금은 단순히 임시 계정으로 끝나지 않고, 법인 운영 전반에 불리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지급금이 회사에 부담이 되는 이유
인정이자 발생 (법인세·소득세 증가)
법인이 대표에게 자금을 대여한 형태로 해석되면, 세법상 대표로부터 마땅히 받았어야 할 이자(인정이자)가 법인의 수익(익금)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이자비용 손금불산입 (금융비용 인정 제한)
가지급금이 커지면, 법인이 부담하는 대출이자 비용을 세법상 경비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재무제표 신뢰도 저하
재무제표상 가지급금 비율이 높으면 자금 집행이 투명하지 않은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는 금융기관 대출 심사, 투자 유치, 공공기관 입찰 등에서 결정적인 감점 요인이 됩니다.
결국, 가지급금 문제는 대부분 통장 맞추기 실패에서 시작됩니다.
4. 대표님이 지켜야 할 ‘법인 통장 관리’ 3가지 원칙
통장 맞추기는 외부 세무대리인이 모든 정보를 추정해서 완성할 수 없습니다. 회계처리가 어려운 부분은 대개 대표님만 알고 있는 거래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다음 3가지 원칙만 지켜도 재무제표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세무 리스크 역시 획기적으로 낮아집니다.
1) 이체 시 ‘메모(적요)’를 남겨 거래내용을 남겨두세요.
통장 내역만으로 몇 달 전의 거래를 기억하려면 시간이 크게 소요됩니다. 이체 시, 메모란에 거래 목적을 한 줄이라도 남기면 이후 회계처리가 수월해집니다.
예: ‘1월 외주비”, “거래처 선금”, “급여”, “대표 대여금 상환”
2) 증빙 없는 ‘현금 인출’은 최소화하세요
현금은 출금되는 순간 지출처 입증이 어려워져 가지급금으로 인식될 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지출은 가능한 법인 계좌이체나 법인카드를 사용하여 금융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3) 개인 자금과 법인 자금 운영을 분리하세요
대표님의 개인 비용을 법인 통장에서 결제하거나, 반대로 법인 비용을 개인 돈으로 내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거래의 성격이 모호해집니다. 불가피하게 섞여 썼다면, 즉시 이체(반환 또는 청구)하고 메모를 남겨 '왜 이 돈이 오고 갔는지' 설명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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